Wednesday, 19 March 2014

[희철이가 간다] 내 여자 앞에서만 약한 민수 형님


또 왔습니다. 우주대스타 김희철. 제가 '희철이가 간다'를 하면서 한 가지 작은 기대가 있었어요. 덕분에 '여자'들 인터뷰를 좀 해보겠구나. 그런데 도무지 안되네요. 박신혜, 손담비를 인터뷰 하지 않았냐고요? 아이고, 그 쪽은 '여자'가 아니에요. 담비는 그냥 '친구'고, 신혜는 저를 '형'이라고 부른다고요. 어쨌거나 이번에도 실패했습니다. 심지어 남자 중의 남자십니다. 우리 형님 최민수!


이번엔 상수동에 지하에 있는 형님의 아지트로 제가 직접 찾아갔죠. 문을 열자마자 민수 형님의 기운이 엄습하더군요. 직접 인테리어를 다 하셨다는 그 곳은 각종 애장품이 잔뜩 쌓여있는 민수 형님만의 보물창고이자 작업실, 연습실이었습니다. 형수님이 집안에 들이길 거부하신 물건들을 다 갖다 두신 건 아닌가 싶었지만 형님은 "싫어하는 건 아냐"라며 수줍게 고개를 저으셨어요. 캬. 내 여자에게만은 약한 사나이. 제가 이래서 민수 형님을 더 좋아한다는 것 아닙니까.

이 날의 인터뷰는 자유로운 영혼의 만남다웠습니다. 매달 밴드와 공연을 하는 민수 형님은 홀로 기타를 치며 4곡을 뽑으셨고, 저는 샌드위치와 감자튀김 한 접시를 혼자 먹어치웠습니다. 제가 틈틈이 최민수 성대모사 콤보를 선보이는 동안, 형님은 못 본 척 넘어가셨으며, 심지어 틈틈이 손님들이 들이닥치기까지! 그럼에도 우리의 이야기는 예정했던 시간을 훌쩍 넘겨 계속됐죠. 뒤늦게 알고보니 이 날은 우주대스타의 데뷔 9주년이었어요. 사랑하는 형님과 함께라 더 즐거웠던 그날의 이야기, 한번 들어 보시죠.


 
-김희철: 형님 이거 누가 봐도 형님 아지트인데요. 이야, 회장님 의자다. 

▶최민수: 회장님 의자 맞아. 중고 시장에서 4만원 주고 샀어.

- 김희철: 형님이랑 제가 처음 만난 게 아마 2011년 초였을 거예요. 제가 '추억이 빛나는 밤에'라는 프로그램 MC였는데 형수님이랑 같이 나오셨죠. 형님은 제가 평소에 사는 스타일이랑 너무 닮았어요. 거칠고 자유분방하시고. 그런데 형수님한테는 꼼짝도 못 한단 말이에요. 그런 거 너무 좋아요. 내 여자에게만 따뜻한 남자. 

▶최민수: 흐흐흐. 그 앞에선 세포야 세포.

-김희철: 형수님 계시면 형님이 작아지시잖아요. 욕을 못하고 막 혼나잖아요. 그런데 그게 너무 좋은 거예요. 저는 헤어진 여자친구한테도 잘 못했어요. 그런데 형은 전혀 반대니까, 배우고 싶더라고요.

▶최민수: 그게 정상이지. 당연한 거 아니냐. (갑자기 기타를 꺼내 들고 와) 얼마 전에 형수를 위해 만든 곡 불러주랴?(일단 부른다)

그대의 마음을 품기 위해서/ 나를 잊어야 하는데/ 녹슨 나팔을 손에 쥐고서/ 너를 아프게 했었네/ 나의 노래만 불렀지~(후략)

-김희철 : 와우. 가라오케가 아니니까 박수는 안칠게요. 

▶최민수: 아침이라 가사가 몽롱하네. 얼마 전에 이 노래를 만들었는데 니 형수가 안 들어. 안 듣더라고. '노래해줄까' 그러면 '저리가' 그런다. 

- 김희철 : 아 지금 오후 3시인데요…. 형수님은 원래 형님 노래 잘 안 들으시잖아요. '됐어 안 들어' 이것도 아니고 되게 교양 있으시게. '아니야~ 안 들어~'(성대모사) 예전 형님 노래 '동선시'(2006년 나온 최민수 록산밴드 타이틀곡)도 좋아했어요. 그래서 제가 처음 형을 보고 그 얘길 했더니 '어 희철아, 니가 그걸 어떻게 하니, 아 이시키 마음에 든다'(성대모사) 하셨잖아요.

▶최민수: 난 몰라. 괜히 그러지? 내가 언제 그랬냐. 

-김희철: 그런데 형님, 여기 있는 물건들 형수님이 다 안 좋아하시죠? 그래서 여기 있는 거죠?

▶최민수: (잠시 말문이 막혔다) 꼭 그렇게 생각하지는 마. 꼭 그렇지는 않지. 어, 어, 그러니까 집에 어울리지 않으니까 두지 마라 그러긴 했어. 안 좋아하는 건 아니지. 

-김희철: 집에 다 놓으셨다가 다 갈아치우셨잖아요. 

▶최민수: 어어 그렇지. 다 치웠지….

(조용히 잠시 후 노래 시작) 아마도 나는/ 천국에 가지는 못할 거야/ 고소공포증이 너무나 심해서/ 아마도 나는/ 천국에 가지는 못할 거야/ 내 욕심 주머니가 너무 무거워서∼ (후략)

지금 시간이 원래 노래 연습하는 시간이야. 좀 해줘야 돼. 

-김희철: 천국 얘길 하길래 '지은 죄가 많아서', 아니면 '형수님과 있는 곳이 천국이라' 이럴 줄 알았더니. 고소공포증이 웬 말이에요.

▶최민수: 작년 여름에 문득 하늘을 보는데 아찔한 거야. 나는 원래 청룡열차 같은 거 잘 타거든. 그런데 그러고 나선 고가도로도 못 타겠더라고 한 6~7개월을. 고소공포증이 생긴 거지.

-김희철: 형님한테도 생전 안 어울리는 게 있네요. 그런데 형님, 댁은 여기서 멀지 않으세요? 

▶최민수: 어 집은 방배동 쪽이야. 집이랑 멀어야지. 멀수록 좋아. 암.
 
-김희철: 그러고보니 형수님한테 용돈도 타 쓰세요?

▶최민수: 나 용돈은 없고 카드 받아. 한도 30만 원. 큭큭.

-김희철: 이야 멋있다. 나도 그러고 싶어요. 저도 이렇게 한 여자만을 위해서 살아보고 싶어~ 형님이 결혼 몇 살 때 하셨죠? 저 벌써 서른셋이에요.

▶최민수: 만 서른 둘이었나. 비슷하겠다. 1993년에 했지. 여기서는 결혼식을 94년도에 하고 먼저 캐나다에서 93년에 했지. 시청에 가서 혼인신고 하듯이.

-김희철: 갑자기 결혼하고 싶어요. 마초적이고 아웃사이더 같은 민수형도 이렇게 행복하게 사시는데. 나도 그러고 싶거든요. 행복하게. 

▶최민수: 나는 그걸로 조언할 만한 놈이 아니야.

(잠시 있다 노래 시작) 그대는 콧대만 높아가고/ 나는 걱정만 쌓여가네/ 그대는 피노키오 그대는 피노키오/ 나는 제페토~(후략)

-김희철: 이 노래도 오래됐다. 형님, 연기는 언제부터 하신 거죠?

▶최민수: 연극으로 시작한 게 85년도인가. 군대 갔다 와서. 

- 김희철: 저는 '모래시계'부터 봤어요. 그게 제가 초등학교 5~6학년 때 나왔거든요. 그 때는 잘 몰랐죠. 어떻게 그 내용을 알아요. 나이 들고 2번을 더 보니 더 재밌더라고요. '사랑이 뭐길래'는 우리 어머니 아버지가 열심히 보셨고요. 그러고 보니 형님 그 때 이름이 대발이셨죠? 발은 몇이세요?

▶최민수: 270 아니면 275. 생각보다 안 커.

-김희철: 그렇네요. '태왕사신기'도 좋았죠. '주신의 별이~'(성대모사). 형님이 외면하시는 것 같아도 내가 이러는 걸 좋아하신다는 거 저는 알아요. '주신의 별이~'

▶최민수: ...

- 김희철: 영화 '청풍명월'도 재밌게 봤어요. 그런데 이런 얘기가 있던데. 형이 '청풍명월' 촬영장에서 다 세팅 해 놨는데 '어, 감독, 내가 감정이 아니야. 오늘은 철수하지' 그랬더니 완전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막내 스태프 하나가 '아이 XX' 하고 욕을 했고 형님이 '너 남자다' 하고 어깨를 두드리셨다는. 

▶최민수: 아니야. 왜냐면 당시 대표가 '동감' 제작했던 동생이었어. 사극이라는 게 장난이 아니거든. 늘 날씨랑 싸워야 돼. 나도 모르게 아침에 일어나면 창문 열고 날씨를 확인했다니까. 그게 묘한 경험인데, 엑스트라가 600명 있는데 우르릉 하고 비가 와. 제작부장이 철수하자고 하는데 좀 기다려보자 하면서 천기랑 싸우는 거지. 아까 그건 사실 '모래시계' 때 얘기야. 좀 다르지만. 

-김희철: '모래시계'요? 어떤 장면이요?

▶ 최민수: 박태수가 서대문 형무소에서 사형을 언도받고 나오는 신. 그걸 찍어야 하는데 도대체 감정을 못 잡겠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야. 한 3일 시간이 있었거든. 오늘은 준비가 안된 것 같다, 그럼 내일 찍자 하고, 밤새 준비 하고 못 자고 그랬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어차피 역사라는 캐터필러에서 산산이 부서진 영혼들이잖아. 그런 인물이 폼 나게 나갈 것도 아니고. 사형장에 죽으러 가는 길이지만 박태수는 마치 처음 눈을 뜨고 세상을 보는 태아 같겠구나. 모든 걸 생경하게 바라보는 거지. '이것이 인생이었는데, 시X' 하면서.

-김희철: 아놔 형님. 지금 '아' 생각하면서 듣고 있는데 마지막에 그러시면 어떡해요.

▶ 최민수: 으하하하. 그러곤 찍자고 해서 감정 잡고 카메라 4개 갖다놓고 한 번에 갔지. 리허설이고 뭐고 없었어. 그때 스태프들은 드라마를 찍는 게 아니라 사형장을 견학하러 온 것 같았지. 참 묘해서. 그 때 마지막에 얼굴에 천을 씌우는 것까지 했는데 '컷' 소리가 안 들리는 거야. 서로 한 10분을 있었나봐. 봤더니 스태프들이 다 울고 있더라고. 나는 허망해서 울 힘도 없고. 그 자체가 드라마였지. 

-김희철: 전 요즘 결혼에 관심이 부쩍 많아요. 결혼하고는 싶은데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할 지 아무것도 모르겠고. 그런데 형은 뭔가 달라요. 형수님한테 꼼짝 못하게 된 계기가 있으셨어요? 

▶최민수: 그건, 유일하니까. 나한테 유일한 사람이니까. 

-김희철: 아아 나는 왜 그런 사람이 없지. 

▶ 최민수: 하루도 형수를 기억에서 지우고 산 적이 없는 것 같아. 그게 '그렇게 해야지' 하고 한 게 아니야. 시키면 그렇게 못해. 내가 나한테 한 약속도 못 지켜. '야 니가 뭔데' 이러고 만다고. 요즘은 1년에 한 번 정도 절식을 해. 입에 맛인는 거 다 끊고 완전 맛 없는 거 먹어.

-김희철: 약간 변태 아니에요?

▶최민수: 변태지.(웃음) 세상 사람 다 평범하고 보편적인 걸 선택하지만 나 다운 길은 아닌 것 같아.

- 김희철: 형은 핑계를 안 대요. 억울한 일 있어도 다 업보라면서 받아들이잖아요. 그게 시간이 지나 다 해결되는 걸 보면 묘해요. 저 같은 경우도 '그건 그게 아니라' 이런 말이 바로 나오거든요. 트위터 할 땐 막 지르기도 했어요. 형은 원래 그런 거예요?

▶ 최민수: 모르지. 나도 내가 왜 그러는지. 산에 올라갔던 일에 대해서는 답을 할 수가 있어. 세상을 잘 모르거든. 너와 내가 있으면 그 사이에 뭔가가 있어야 한다는 그런 세상 말이야. 그런데 무슨 일이 닥치면 갑자기 세상을 잘 알게 되는 것 같아. 숨지 않아. 숨는 방법도 모르고 숨을 이유가 없기도 하고. 그런데 요즘 애들을 보면 정말 너무 말을 잘하더라. 나는 그게 보기가 싫어.

-김희철: 제가 진짜 말 잘하는데. 

▶ 최민수: 그 안에 페이소스가 있어야지. 희철이가 내 얘기를 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보면 그 사람 맥을 알아. 그래서 처음 봤을 때 인정을 했지. 그건 타고 난 거야. 외향적인 것 같지만 안으로는 고민이 많은 아이라고. 지금이 가장 힘든 과도기야. 내가 볼 때는. 한 2년 전부터 좀 더 성숙한 단계로 갔으니까 지금 무지하게 힘들 거야. 앞으로 한 5~6년 간다. 어차피 너도 자기 길을 갈 거고. 아마 힘든 인생 살 거야. 

-김희철: 민수혀엉.(울먹) 그대는 피노키오~

▶최민수: 그런데 나는 아빠잖아. 니가 볼 때 내가 한심하지 않니? 작품 6개를 보이콧을 했어. 돈도 안되는 음악을 하고 있고. 올해 수입이 하나도 없어. 음악이고 연기고 돈을 생각하고 한 적이 없어서 아직도 '내가 왜 돈을 벌어야 해'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해. 철없는 놈이지. 다행히도 젊었을 적에 한 게 있지만. 물론 지금도 젊지만!

-김희철: 으하하하. 나 아무 말 안 했는데.

▶최민수: 자격지심이야. 젊었을 적 돈을 많이 벌었지만 돈을 쫓아 살진 않았어. 그건 맹세할 수 있어.

-김희철: 맛 없다고 과자 CF 안하셨다면서요?

▶최민수: 그건 맞아. 전엔 하이모(가발) 광고를 (이)덕화 형이랑 하자는 거야. 내가 그걸 왜하냐 하고 안했어. 덕화 형이야 할 이유가 있지만 나는 아니잖아. 

-김희철: 그 마음 제가 알죠. 최민수가 가발인가? 저거까지 해? 뭐 그런. 

▶최민수: 그럼. 최민수가 저거까지 해 그러면 나 쪽팔리잖아. 그래서 니 형수가 싫어했어. 다른 구두 모델 할 때도 재계약 할 때쯤에 머리를 좀 다듬어 달라더라고. 그런데 그게 기분이 나쁘더라고. 그래서 안했어.

-김희철: 네에? 

▶ 최민수: 아니 그건 내가 알아서 해야지 기분이 나쁘더라고. 못하겠다고 그랬지. 거기서 쿨하게 끝났으면 되는데 그러고 3일 뒤였나, 갑자기 머리를 자르고 싶어서 머리를 빡빡 깎은 거야. 니 형수 입장에서는 어떻겠니.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니지만 나는 문제가 있어.

-김희철: 그러고보니 형수님이 보살 상이세요. 저도 여러 생각이 드네요. 당장 일이라든지 돈이라든지. 처음 데뷔했을 땐 '내 스타일 아니니까 쉴래요' 하면 이수만 선배님도 '그래 끼 있는 애들은 원래 그래' 그러곤 하셨어요. 그런데 지금은 고민돼요. '나는 김희철이니까 나대로 할래'가 맞는지, 사회랑 어깨동무 해야 하는 건지.

▶최민수: 성숙하고 있는 거지. 나도 마찬가지지만 사람들은 예쁘게 핀 꽃만 본다고. 예를 들어 형수와 형이 있잖아. 사람들은 최민수란 남자가 제멋대로 살고 그 옆에 아내가 묵묵히 정리해 주는 것만 본다고. '저렇겐 못살아', '나도 할 수 있어' 이러면서. 말은 쉽지. 그런데 그걸 지탱하는 뿌리는 잘 안 보지. 사람들은 늘 양분하는데 결혼은 뭐냐면, 음 햇빛도 어둠도 아니고 그 중간단계인 것 같아. 그늘이야 그늘. 우리가 매일 사용하면서 가장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 곳. 그 적당한 곳.

-김희철: 아 형님. 저도 서른다섯에는 결혼하고 싶어요. 그러고 보니 형님, 이거 드시던 커피 '병아리콩'이라고 써있는 거 맞아요? '스네이크'도 아니고 '병아리콩'이요?

▶최민수: 거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고. 나 이런 아기자기한 거 아주 좋아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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